나에게 쓰는 편지
글쓰기 애플리케이션 홍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앱들이 나온다. 다들 디자인과 UI가 다를 뿐, 기능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도구는 매우 중요하다. 좋은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좋은 목수는 대체로 좋은 연장을 쓰기 마련이다.
나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모두 사용한다. 최근에는 확실히 디지털 도구를 더 많이 사용한다. 글쓰기에 필요한 디지털 도구는 PC와 휴대폰이다. 이동하는 중에 떠오른 생각을 휴대폰에 기록하고, 작업실에 도착해서 노트북을 열면 휴대폰에 기록한 내용이 PC 화면에 나타난다. 이어서 글을 쓰면 된다. 아날로그 도구로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여러모로 번거롭다.
연속성만 보장된다면, 어떤 앱이든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많은 앱이 복잡한 확장 기능과 테마 등 글쓰기의 본질과 별 상관이 없는 것들로 차별화를 시도한다. 내가 PC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나 '한글'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도 비슷하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지, 편집 디자이너가 아니다. 나는 온전히 텍스트와 씨름하면 그만이다. 나머지는 디자이너의 몫이다.
내가 지금까지 써본 앱들 중에서 글쓰기의 본질에 가장 근접한 앱은 iA Writer다. 이 앱의 가장 큰 장점은 글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꽤 오랜 여러 앱들을 비교하면서 써보았지만 결국 iA Writer로 돌아왔다. 그러다가, 최근 우연한 기회에 새로운 앱을 글쓰기에 활용하게 되었다. 모든 휴대폰에 기본으로 내장된 메시지 앱이다.
아이폰에는 아이메시지라는 기본 메시지 앱이 있다. 아이디어가 생기면 나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아이디어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내가 나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나는 계속 변해갈 것이므로, 몇 년 뒤의 나는 오늘 내가 보낸 메시지에 매우 다르게 반응할 것이다.
일반 글쓰기 앱을 사용해도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메시지 앱은 가장 자주 쓰고, 자주 확인하는 앱 중 하나다. 메시지 앱을 열 때마다 짧게 나에게 메시지를 보낼 기회가 생긴다는 뜻이다. 글쓰기 습관을 만들기에도 도움이 된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에 오늘 내가 나에게 쓴 메시지를 쭉 읽어보는 것도 좋다. '오늘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았구나.'
나에게 쓴 글을 가다듬어, 너에게 쓰는 글로 바꾼다. 사실 글쓰기 과정이란 이것이 전부다. 이 글도 그렇다. 메시지 앱에 썼던 아이디어를 정리해서 독자를 위한 글로 재구성한 것이다. 나에게 쓴 글이 없었다면 이 글은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언제나 강조하듯, 쓰려고 하지 말고, 기록해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자. 그것이 미래의 나를 위한 최고의 선물이 될지도 모른다.
PS. 신해철의 '나에게 쓰는 편지'를 들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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