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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무엇이?
누가? 무엇이?
2026.04.28서술어에 ‘누가/무엇이?’라고 묻고 주어를 찾는다서술어는 주어의 동작, 상태, 속성을 서술한다. 그러므로 문장을 고칠 때는 가장 먼저 서술어에 대응하는 주어를 찾아야 한다. 이것은 거의 절대적인 규칙이며 이 규칙에는 분명히 생물학적 토대가 있다. 인간 뇌에는 언어를 처리하기 위한 보편 문법을 담당하는 신경회로가 선천적으로 장착되어 있다. 거미가 거미줄을 만드는 방법을 아는 것처럼 인간은 주어와 서술어를 연결한다. 인간 정신은 서술어를 만나면 자동으로 주어를 찾는다. 예를 들어 누군가 다급한 목소리로 ‘다쳤대.’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누가?’ 라고 물으면서 다친 주체가 누구인지 궁금해할 것이다. 어쩌면 보편 문법을 작동하는 열쇠가 질문일지도 모른다. 우주선은 한국에서 만든다. 위 문장의 주어가 무엇이냐는 .. -
서술어를 찾는다
서술어를 찾는다
2026.04.28글쓰기는 글 고치기를 반복한다. 글을 잘 쓴다는 말은 글을 잘 고친다는 뜻이다. 글은 문단으로 되어 있고, 문단은 문장으로 되어 있고, 문장은 단어로 되어 있다. 따라서 글 고치기의 단위는 문단, 문장, 단어이다. 글 전체의 구성으로 본다면 문단이 중요하지만, 읽기가 문장 단위로 진행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문장이 우선이다. 문장을 고치는 과정에서 자연히 문장에 사용하는 단어도 고치게 된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먼저 문장을 고치는 방법을 살피고, 그 다음에 문장의 연결을 고치는 방법을 살피고, 마지막으로 문단을 고치는 방법을 살펴볼 것이다. 본격적인 설명을 하기 전에 미리 말해두고 싶은 게 있다. 앞으로 설명할 내용들은 모두 중학교 문법 시간에 배우는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내용들은 이미 .. -
들어가며
들어가며
2026.04.282019년 출간한 ‘신이 내린 필력은 없지만 잘 쓰고 싶습니다’의 말미에서, 나는 다음 책이 글 수리에 관한 기록이 될 거라고 예고했는데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차일피일 미뤄졌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할 수 없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비슷비슷한 글쓰기 책들과는 차별화되는 책을 쓰고 싶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에 벌써, 7년이 지나버렸다. 2022년 나는 대치동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쓰다글쓰기센터’를 열었다. 그곳에서 효과적 글쓰기 교육 방식을 고민했고, 학생들에게 사고력 중심의 글쓰기를 지도했다. 지난 4년 간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나는 글쓰기에 관한 하나의 방법론을 다듬을 수 있었다. 이 책은 그 탐구의 결과물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핵심어는 ‘질문’이.. -
날아올라
날아올라
2026.04.28중학교 때, 전교 석차가 학교 진입로에 붙어있었다. 내 이름도 3년 내내 그곳에 있었다. 새로운 성적표가 붙는 날에는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들었지만 나는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내 이름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과 뿌듯함을 느꼈지만, 동시에 경쟁에서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나보다 앞서가는 학생들에 대한 질투가 생길 때는 나 자신이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주변에서는 모두 ‘잘하니까 더 잘해라’라는 식으로 격려했다. 내 기억에 누구도 경쟁에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나에게 공부는 경험치를 얻어 레벨을 올리는 RPG 게임일 뿐이었다. 공부 자체가 아니라 레벨을 올리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중학교 시절 유일한 즐거움은 농구와 음악이었다. 공부를 하지 않는 시간에는 거의 농구를 하거나.. -
1977, 보이저와 나
1977, 보이저와 나
2026.04.28초등학교 1학년 때, 2층집에 세들어 살던 우리 가족은 어느 여름날, 옥상에서 수박 파티를 했다. 옥상에 놓인 평상에 누워 올려다 본 하늘에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동생과 나는 하늘에서 반짝거리며 움직이는 것이 인공위성인지 비행기인지를 두고 말다툼을 벌였다. 아마 인공위성으로 결론이 났던 것 같다. 그런데 인공위성은 맨눈에 보일 리 없으므로 우리는 오답에 도달하기 위해 헛짓거리를 한 셈이었다. 나는 한참 후에야, 내가 태어난 1977년에 보이저 호가 발사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꽤 오랫동안 나는 이 우연의 일치에 관해서 노래를 하나 만들어보고 싶었다. 보이저는 태양계 외부 탐사라는 낭만적이고 원대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1977년 9월 5일 발사되어 지금도 비행 중이다. 그러나 아직 출발.. -
노래하는 마음
노래하는 마음
2026.04.28흔하고 흔한 것이 노래지만,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진정성이 있는 노래는 흔하지 않다. 노래의 진정성은 가수가 자신의 이야기를 부를 때 생긴다. 자기를 별이라고 착각하던 반딧불이 화자인 ‘나는 반딧불’이라는 노래는 유명 가수보다는 실패한 가수 지망생이 부를 때 감동적일 것이다. 같은 이유에서 남의 이야기를 연기해야 하는 가수보다는 직접 가사를 쓰는 싱어송라이터 쪽이 진정성을 획득하기 쉽다. 물론, 가수의 자전적 서사를 담은 노래가 모두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사랑받는 노래가 되려면 청중이 노랫말을 자기 이야기로 여겨야 한다. 사람들은 ‘나는 반딧불’을 들을 때, 화자인 반딧불과 가수를 동일시할 뿐만 아니라, 자신과 반딧불도 동일시한다. 그 노래는 반딧불의 노래이자, 가수의 노래이며 반딧불과 닮은 나의 삶.. -
날 부르는 노래
날 부르는 노래
2026.03.31내 PC 속에는 지난 30년 간 틈틈이 만들었던 곡들의 음원이 저장되어 있다. 대학 시절부터 노래패와 밴드 활동을 하면서 썼던 곡들이다. 예전에는 가끔 들으면서 곡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듣는 횟수가 줄었다. 그 음원들은 아직 내다 팔지 못한 낡은 악기들처럼 내 인생의 한 시기를 추억하게 해주는 흔적일 뿐이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수노(suno)’라는 AI 음원 제작 서비스를 알게 되었다. 재미 삼아 예전에 녹음해 두었던 음원을 올려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았다. ‘날 부르는 노래’는 가장 먼저 실험해 본 곡이다. 멜로디와 가사가 대부분 완성된 음원을 사용했기 때문에 마우스 클릭 몇 번만으로 결과를 얻었다. 첫 곡을 생성한 후에 나는 PC 안에서 잠자고 있는 곡들.. -
일기를 써야 하는 이유
일기를 써야 하는 이유
2025.10.17인생을 백업할 수는 없지만, 인생으로부터 배울 수는 있다. 나는 학생들에게 늘 일기를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부를 하는 것도 결국 더 좋은 삶을 위해서이다. 공부를 잘 하려고 복습하듯, 좋은 삶을 위해서는 날마다 인생 복습을 해야 한다. 예습이 불가능한 삶에서 우리는 오직 복습만을 할 수 있다. -
감상과 비평의 차이
감상과 비평의 차이
2025.09.24감상은 작품을 통해 무언가를 느끼고, 그 느낌을 말과 글로 풀어내어 타인과 공유하는 행위이다. 감상은 작품이 주는 감정의 울림이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탐색하는 일이다. ‘읽는 나’와의 연결이 감상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상 깊은 장면과 문장을 붙잡아 의미를 해석하고 자기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깊게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감상은 ‘나는~’으로 시작한다. 감상문의 전형적인 구조는 다음과 같다. 먼저 작품을 소개하고 작품을 읽게 된 계기나 기대감을 쓴다. 그다음 작품에서 인상적 장면이나 문장 등을 제시하면서 그에 관한 느낌과 해석을 쓴다. 작품에 대한 감상을 자기 삶이나 사회와 연결한다. 마지막에 작품을 추천하는 문단을 덧붙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토끼와 거북이’ 우화를 읽은 후, 다음과 .. -
문장이 길어지는 이유
문장이 길어지는 이유
2025.09.19뭘 말하려는지 모를 때, 문장은 장황해진다.정확한 문장을 쓰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짧게 쓰는 것이다.‘나는 너를 좋아해’는 ‘너를 좋아해’로,다시 ‘좋아해’로 줄일 수 있다.고백을 한다면, ‘좋아해.’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좋아해’만으로 부족하다고 느낀다면‘너무 좋아해’, ‘미치도록 좋아해’, ’죽도록 좋아해’라고 쓸 수도 있다.생각과 느낌이 차고 넘칠 때, 문장은 길어진다.그래야만 너에게 닿을 수 있다고 믿을 때, 문장은 길어진다. 많이 써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적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많이 써보지 않은 사람은 짧고 정확하게 쓸 수 없다. 응축 과정 없이 쓰인 장황한 문장은 과잉과 허위를 품고 있다. 좋아한다고 해서 미치거나, 죽는 사람이 있겠는가.그러나 그것이 진심이라면 미치거나 죽는다는 말로도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