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격차는 걱정되지 않는가?
초등학생 자녀가 사칙연산도 못한다면
만약 초등학생 자녀가 사칙연산도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집안이 발칵 뒤집힐 것이다. 그러나 자녀가 문법과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을 써도 “글쓰기는 어려우니까", “글쓰기에는 재능이 필요하니까”, "일단 수학이 급하니까"하면서 어물쩍 넘어간다. 그 사이에 글쓰기 격차는 점점 더 커진다. 실제로 학생들을 평가해 보면 중학생보다 잘 쓰는 초등학생도 있고, 초등학생보다 못 쓰는 중학생도 있다. 문장은 정신의 엑스레이다. 글을 보면 사고력의 수준을 알 수 있다. 경험과 배움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을 키우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수업을 들어도 효과가 없다
근본 없는 공부의 비극
모든 학업 역량의 기초는 모국어를 사용하는 능력이다. 즉, 모국어로 된 글을 능숙하게 읽고 이해하는 능력, 모국어로 자기가 이해한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져야만 더 높은 단계의 학습을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한 문장도 정확하게 못쓰고, 문장을 어떻게 연결할 줄도 모르면서 공부하는 시늉을 하고 있다. 글쓰기 수업에서 한 문장도 제대로 못 쓰는 학생들을 만난다. 연민의 감정이 생긴다. 그 학생이 학업 과정에서 겪고 있을 고통이 짐작되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자꾸 새로운 것들을 배우기는 하는데 아마도 무슨 소리인지 정확하게 이해되지 않거나 막연하게만 이해될 것이다.
글쓰기 격차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현행 교육 과정에서 글쓰기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다. 글쓰기는 국어의 하위 영역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국어 시간에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 글쓰기 격차는 학교에서 제대로 평가되지도, 보완되지도 않은 채 방치된다. 수학 격차는 심각하게 생각하면서 글쓰기 격차는 대수롭제 않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당장 시험에서 글쓰기 격차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가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면 어떻게든 자녀의 글쓰기 능력 향상을 위해서 뭔가 해보려고 할 것이다. 저학년일 때는 엄마표 글쓰기를 시도할 수도 있고, 고학년이 되면 학원을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글쓰기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는 학부모들은 일단 손에 잡히는 수학이나 영어와 같은 교과목 공부를 먼저 시키려고 한다. 다른 과목을 먼저 하고 글쓰기는 나중에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글쓰기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잘하게 될 거로 착각하는 사람도 많다.
글쓰기 격차는 방치하면 더 커진다
학생 간 문해력과 글쓰기 능력의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점점 더 크게 벌어진다. 이를 '매튜 효과(mathew effect)'라고 한다. 매튜 효과란 사회적 명성이나 물질적 자산이 많을수록 그로 인해 더 많이 가지게 되고, 그 결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가 점점 커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 개념은 주로 사회학에서 사용되지만 읽기, 쓰기 능력에도 적용할 수 있다. 글쓰기 격차는 처음에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효과가 생긴다. 잘 쓰면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에 더 많이 쓰게되고 그러면 글쓰기 실력은 더 향상되는 선순환이 시작된다. 이와 달리, 글을 쓰지 않으면 글쓰기를 점점 더 멀리하게 되어 나중에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 사이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한번 벌어진 격차는 극복하기 어려운데, 글을 잘 쓰는 사람이 갑자기 글쓰기를 그만두지는 않기 때문이다. 저학년일수록 더 열심히 읽고 쓰는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수학 걱정만 하지 말고 글쓰기 걱정할 때
어릴 때부터 영어, 수학 공부시키면서 남들보다 뒤쳐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읽기와 쓰기는 해 두면 좋은 것 정도로 생각하고 방치한다. “어릴 때는 책을 좋아했는데” 혹은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지 않아서”로 시작하는 상담을 수도 없이 했다. 수학이나 영어를 아이가 좋아하면 시키고 좋아하지 않으면 안 시키나? 읽고 쓰기 역시 좋든 싫은 날마다 해야 하는 공부다. 읽고 쓰는 공부가 중요한 이유는 읽고 쓰는 능력이 곧 사고력이기 때문이다. 잘 읽고, 잘 쓰는 학생이 공부도 잘한다. 계산은 중요하고 읽고 쓰기는 안 중요한가? 생각하는 힘은 낙엽처럼 날마다 조금씩 쌓인다. 그게 일 년이 되고, 삼 년이 되고, 오 년이 되면 다른 사람들과의 차이가 생긴다. 그렇게 생긴 차이는 당연히 또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해야 따라갈 수 있다. 글쓰기 격차가 공부 격차가 되고 인생 격차가 되는 날이 분명히 온다.
'쓰기에 관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나요 (0) | 2023.10.06 |
---|---|
일기는 정신의 양치질 (1) | 2023.10.05 |
나에게 쓰는 편지 (0) | 2021.07.22 |
아침 글쓰기 습관 만들기 (0) | 2021.07.12 |
글쓰기 습관 만들기 (0) | 2021.07.11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나요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나요
2023.10.06 -
일기는 정신의 양치질
일기는 정신의 양치질
2023.10.05 -
나에게 쓰는 편지
나에게 쓰는 편지
2021.07.22 -
아침 글쓰기 습관 만들기
아침 글쓰기 습관 만들기
2021.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