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글을 수리하는 사람, 글 수리공에 가깝다. 글 수리는 매일 오전 9시에 시작된다. 나는 아침마다 수강생들이 새롭게 올린 글을 읽는다. 오전 내내 고장 난 글을 붙들고, 잘못된 부품을 갈아 끼우고, 재조립해서 쓸만한 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수강생은 제안에 따라 자기 글을 수정해서 올리고, 나는 또 그걸 읽는다. 글 고치기는 나에게 말 그대로 시지프의 노동이다. 매일 아침 어제 고쳤던 잘못된 문장이 다른 방식의 오류를 품은 채 돌아온다. 죽여도 죽여도 끝없이 몰려오는 좀비 떼처럼.
그래도 이 일을 멈출 수는 없다. 기계를 고치는 사람들이 기름밥을 먹듯, 나는 글밥, 문장밥을 먹고 살아야 한다. 나는 어느새 능숙한 백정처럼 아무런 감정없이 칼을 휘두른다. 붉은 펜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잉크는 핏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글 수리공은 문장 백정의 다른 이름일 뿐일지도 모른다.
가끔은 내가 괴상한 문장을 고치는 대신, 좋은 작품을 읽고 나의 글을 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랬다면 나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을까? 내가 지금까지 읽어온 엉터리 문장들이 내 정신에 악영향을 끼친 것은 아닐까?
지금 내 눈 앞에는 문장 성분의 호응을 잊어버린 좀비 문장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가짜 글 수리공 자격증을 가지고, 나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