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생각의 기초 : 질문, 단어, 문법

생각은 문장과 분리되지 않는다. 흔히 우리는 ‘머릿속에 생각이 먼저 있고, 그 생각을 담기 위해 문장을 만든다’고 말한다. 그러나 문장은 사고를 표현하는 그릇이 아니라 사고 그 자체이다. 문장이 곧 생각이다. 문장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은 곧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단어는 문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이다. 그러나 단어가 문장이 되려면 규칙을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모든 문장은 ‘무엇이’에 해당하는 부분과 ‘어찌하다’에 해당하는 부분이 있다. ‘무엇이’에 해당하는 부분을 주어, ‘어찌하다’에 해당하는 부분을 서술어라고 한다. 즉, 모든 한국어 문장은 주어-서술어 쌍을 기본으로 만들어진다. 서술어-주어 순서가 아니라 주어-서술어 순으로 쓴다는 이 규칙이 가장 기본적인 문법이다. 

 

그런데 왜 인간은 문장을 만들 때 반드시 주어와 서술어를 묶을까? 그 이유는 인간이 세계를 질문으로 마주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달린다!’라고 외칠 때, 우리는 곧바로 ‘누가 달리는가?’라고 묻는다. 인간의 의식은 세계를 단편적 사건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그것을 주체와 행위의 관계로 구조화하려는 성향을 갖는다. 문장은 그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태어나며, 응답이 없는 질문은 존재하지 않고, 질문이 없는 응답도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문장은 질문-응답의 구조 속에서만 가능하며, 이는 곧 사유의 구조와도 일치한다. 이는 사고가 세계를 분절하는 방식과 깊이 연결된다. ‘철수가 달린다’라는 문장은 단순한 규칙의 적용이 아니라, 세계를 ‘행위자’와 ‘행위’라는 두 범주로 나누어 보는 사고의 산물이다.

 

생각하고 글을 쓰는 과정은 단순하다. 질문을 던지고, 단어를 떠올리고, 문법에 따라 배열한다. 그리고 다시 그 문장을 새로운 질문의 대상으로 삼아 과정을 반복한다. 이 반복은 끝나지 않는다. 인간이 사는 한, 문장을 만들고, 곧 생각을 이어간다. 예를 들어, ‘죽었다!’라는 외침은 불완전하다. 우리는 곧 ‘누가 죽었는가? 왜 죽었는가?’라고 되묻는다. 질문을 던지고, 단어를 소환하고, 문법에 맞게 배열하면서 우리는 ‘철수의 강아지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라는 문장에 도달한다. 이때 사고란 바로 이런 반복적 과정, 즉 질문-단어-문법이라는 삼각 구조의 무한한 운동이다.

 

질문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은 문장 만들기를 멈출 수 없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새로운 단어를 익히고, 문법을 연습하는 일은 단순한 언어 훈련을 넘어 존재의 수련이다. 그렇게 우리는 더 잘 읽고, 더 잘 쓰며,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