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글 수리공, 문장 백정, 좀비 문장
글 수리공, 문장 백정, 좀비 문장
2023.10.09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글을 수리하는 사람, 글 수리공에 가깝다. 글 수리는 매일 오전 9시에 시작된다. 나는 아침마다 수강생들이 새롭게 올린 글을 읽는다. 오전 내내 고장 난 글을 붙들고, 잘못된 부품을 갈아 끼우고, 재조립해서 쓸만한 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수강생은 제안에 따라 자기 글을 수정해서 올리고, 나는 또 그걸 읽는다. 글 고치기는 나에게 말 그대로 시지프의 노동이다. 매일 아침 어제 고쳤던 잘못된 문장이 다른 방식의 오류를 품은 채 돌아온다. 죽여도 죽여도 끝없이 몰려오는 좀비 떼처럼. 그래도 이 일을 멈출 수는 없다. 기계를 고치는 사람들이 기름밥을 먹듯, 나는 글밥, 문장밥을 먹고 살아야 한다. 나는 어느새 능숙한 백정처럼 아무런 감정없이 칼을 휘두른다. 붉은 펜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