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부르는 노래
내 PC 속에는 지난 30년 간 틈틈이 만들었던 곡들의 음원이 저장되어 있다. 대학 시절부터 노래패와 밴드 활동을 하면서 썼던 곡들이다. 예전에는 가끔 들으면서 곡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듣는 횟수가 줄었다. 그 음원들은 아직 내다 팔지 못한 낡은 악기들처럼 내 인생의 한 시기를 추억하게 해주는 흔적일 뿐이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수노(suno)’라는 AI 음원 제작 서비스를 알게 되었다. 재미 삼아 예전에 녹음해 두었던 음원을 올려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았다. ‘날 부르는 노래’는 가장 먼저 실험해 본 곡이다. 멜로디와 가사가 대부분 완성된 음원을 사용했기 때문에 마우스 클릭 몇 번만으로 결과를 얻었다.
첫 곡을 생성한 후에 나는 PC 안에서 잠자고 있는 곡들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곡과 믹싱에 신경 쓰는 대신, 오직 가사와 멜로디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프로듀서의 관점에서 인공지능이 제안한 결과물을 선택하고 수정을 지시하면 끝이었다.
나는 곧바로 PC 안에서 잠자고 있던 음악적 아이디어와 30년 전에 녹음했던 밴드의 데모 테이프와 CD를 찾아서 작업을 시작했다. 이미 완성된 곡은 편곡과 믹싱을 다시 하는 수준이었지만, 어떤 곡은 인공지능의 여러 제안들을 조합해서 새로운 곡으로 다시 작업하기도 했다. 그 결과 수십 개의 음원이 완성되었다.
과거의 곡을 다시 작업하는 일은 그 곡을 만들던 당시의 삶까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내 음악은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상경한 1996년, 스무 살에 시작되어 띄엄띄엄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음악들을 연대기적으로 구성해 보고, 주제별로 묶어보기도 하면서 삶과 음악과 글을 하나로 엮어보는 작업을 시작했다.
앞으로 일정한 주기로 새로운 곡과 에세이를 함께 발표하려고 한다. 평생 음악을 만들었고, 생계를 위해 글쓰기를 가르쳐온 나에게 이 방식이 삶을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작업은 매우 긴 호흡으로 내 삶이 끝날 때까지 진행될 것이다. 부디, 마지막 곡과 글을 발표할 때까지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길 바랄 뿐이다.
https://brunch.co.kr/@shimwon/78
01화 날 부르는 노래
자기역사서술의 한 실험 : 음악과 에세이의 결합 | 내 PC 속에는 지난 30년 간 틈틈이 만들었던 곡들의 음원이 저장되어 있다. 대학 시절부터 노래패와 밴드 활동을 하면서 썼던 곡들이다. 예전에
brunch.co.kr
'노래하는 마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날아올라 (0) | 2026.04.28 |
|---|---|
| 1977, 보이저와 나 (0) | 2026.04.28 |
| 노래하는 마음 (0) | 2026.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