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_문장과 문법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라는 일본 드라마가 있습니다. 패션 잡지 에디터를 꿈꾸는 여주인공이 출판사 교열부에서 일하며 전문 교열자로 성장하는 드라마입니다. 정확한 문장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교열자들을 보면서, 저는 ‘기본’에 관해 생각했습니다.
모든 좋은 것들은 기본에 충실합니다. 좋은 글의 기본은 문법과 맞춤법에 맞는 문장입니다. 문법과 맞춤법이 엉망인 문장을 쓰는 것은 읽는 사람 얼굴에 침 뱉는 행위와 다를 바 없습니다. 저는 날마다 적어도 10,000자 분량의 글을 읽습니다. 문법과 맞춤법에 어긋난 문장이 가득한 수강생들의 글입니다.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떠들어대지만 현재 한국의 교육과정은 기본적인 문법과 맞춤법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자기가 뭘 쓰는지도 모른 채 강사에게 침을 뱉어댑니다. 문법과 맞춤법이 엉망인 글을 읽는 것은 말 그대로 고문입니다.
좀비 문장들은 지우고 지워도 끝없이 몰려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내가 밥벌이를 위해 이 짓을 하고 있지만, 나도 글다운 글을 좀 읽고 싶습니다”라고 하소연합니다. 그러나 수업 시간에 맞춤법과 문법을 일일이 지적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건 국어 시간에 다 배워야 하는 게 아닙니까?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바로 교열봇을 이용하는 겁니다.
겉모습은 참 수수합니다만, 굉장한 교열봇입니다. 개인이나 학생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서 더 굉장합니다. 저는 수강생들에게 자신이 쓴 글을 그대로 타이핑해서 교열봇에게 교열 지도를 받으라고 합니다. 그리고 틀린 내용을 노트에 기록해오게 합니다. 저도 교열봇으로 많은 오류를 잡아내고, 초고를 마무리한 후에는 반드시 교열봇의 도움을 받습니다. 이것이야말로, 4차 산업 혁명의 구체적 혜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수수하지만 굉장한 교열봇을 아직 모르는 분이라면, 지금 당장, 교열봇을 찾아가서 즐겨찾기에 추가하세요. 읽는 사람에게 침을 덜 받게 해 줍니다. 브런치에도 맞춤법 검사 기능이 있지만, 왜 그렇게 고쳐야 하는지 설명해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놀라운 교열봇께서는 왜 그렇게 쓰면 안 되는지도 잘 설명해 주니까, 글쓰기 공부에 큰 도움을 줍니다.
( 주의 ) 교열봇의 제안은 대부분 받아들일 만 하지만 가끔은 자신이 직접 표현을 선택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위 그림에서 보듯, 저는 의도적으로 ‘교열봇’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꼼꼼한 교열봇께서는 자꾸 ‘교열봇’을 ‘교열 로봇’으로 바꾸라고 합니다. 또한, 도움말에 느닷없이 '연려실기술'에 관한 설명이 나와 당황스럽지만, 알아두면 나쁘지 않으니 한 번 읽어 둡니다. 교열봇의 제안이 문법의 경계에 있을 때는 의도에 맞게 쓰면 됩니다. 정확히 따지자면, '교열봇'은 '교열 로봇'을 줄인 말이므로 '교열 봇'이라고 써야 맞지만, 저는 그냥 '교열봇'이라고 썼습니다. 저에게는 '봇'이라는 단어가 접미사처럼 느껴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맞춤법과 문법은 고쳐도 고쳐도 계속 틀리게 되어 있습니다. 교열봇의 도움을 받으면, 반복해서 실수하는 표현들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고칠 수 있으니 유용합니다. 교열봇과 친해져 보세요.